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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그웨이: 도시를 바꾸려다 관광지가 된 기술

by 망고사이언스 2025. 5. 26.

세그웨이 기술이 도시 교통을 혁신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결국 실패한 개인 이동수단 ‘세그웨이’의 흥망성쇠를 다룹니다. 세그웨이 기술이 어떻게 되었는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세그웨이: 도시를 바꾸려다 관광지가 된 기술
세그웨이: 도시를 바꾸려다 관광지가 된 기술

“인류의 이동 방식을 바꿀 것”이라는 약속

2001년, 전 세계 테크 산업의 이목이 하나의 비밀 프로젝트에 쏠려 있었다. ‘IT계의 스티브 잡스’라 불리던 발명가 딘 카멘(Dean Kamen)이 "이 기술은 자동차보다 더 영향력이 크다"며 직접 발표한 미래형 개인 이동수단—그 이름은 세그웨이(Segway). 2개의 바퀴 위에 서서 균형을 잡고 이동하는 이 독특한 기계는 마치 공상과학 영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았다. 당시 언론은 세그웨이를 두고 “도시 구조 자체를 바꿔버릴 발명”이라며 열광했다.

세그웨이는 자이로스코프 기반의 균형 기술을 사용하여 탑승자가 몸을 앞으로 기울이면 전진하고, 뒤로 기대면 후진하는 방식이다. 핸들을 좌우로 돌리면 방향을 전환할 수 있어 조작이 직관적이고 간단했다. 전기로 구동되며 친환경적이고, 자동차보다 훨씬 컴팩트했다. 당시에는 ‘에너지 위기’와 ‘도시 교통 혼잡’이 주요 사회 문제였기 때문에, 세그웨이는 그 해결책으로 주목받기에 충분했다.

심지어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와 애플의 스티브 잡스도 사전에 이 제품을 체험하고 “세계적인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는 말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은 이 발언을 인용하며, 세그웨이를 혁명적인 신기술로 포장했다. 하지만 이 열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왜 세그웨이는 실패했는가?

세그웨이는 실사용자와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출시 초기에는 매체의 엄청난 주목을 받았지만, 실제로 구매하거나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실패의 원인을 하나씩 살펴보면, 이 기술이 단순히 시대를 앞선 것이 아니라, 사회적, 제도적, 실용적 맹점을 간과한 결과였음을 알 수 있다.

① 가격의 장벽
초기 모델의 가격은 약 5,000달러(한화 약 600~700만 원)로 책정되었다. 이는 개인 이동수단으로는 지나치게 높은 가격이었다. 같은 비용이면 중고차나 스쿠터를 살 수 있었기에, 대중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는 아니었다.

② 법적·인프라 문제
세그웨이는 기존 교통수단의 카테고리에 속하지 않았다. 차량도 아니고, 자전거도 아닌 애매한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많은 국가와 도시에서는 세그웨이의 도로 주행 여부가 불명확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인도로 주행할 수 없어 사용 제한이 생겼고, 이는 곧 사용자 수 감소로 이어졌다.

③ 대체재의 등장과 기술의 무게감
이후 등장한 전동 킥보드, 전기 자전거는 세그웨이보다 훨씬 저렴하고 간편했다. 또한 세그웨이는 생각보다 무거웠고, 휴대성이 떨어졌다. 충전 인프라도 부족해 ‘가볍고 빠르게 이동하고자 하는’ 도시인의 니즈와는 괴리가 있었다.

④ 이미지 문제
초기에는 미래지향적이라는 이미지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세그웨이를 탄 사람이 ‘어색하거나 이상하게 보인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결국 세그웨이는 대중 이동수단이 아니라, 관광지에서 가이드가 타는 장비 또는 행사용 도구로 소비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세그웨이는 대중화에 실패했고, 2020년을 끝으로 원형 세그웨이 모델의 생산은 공식 중단되었다.

 

실패 속에서 남긴 기술적 유산

비록 세그웨이는 실패했지만, 그것이 남긴 유산은 결코 작지 않다. 무엇보다 자이로센서를 활용한 균형 기술은 이후 다양한 개인 이동수단의 기초가 되었다. 현재 보급된 전동 킥보드, 호버보드, 자율주행 로봇 등에도 유사한 균형 제어 기술이 사용되고 있으며, 초기 기술에 대한 실험과 경험은 산업 전반의 발전에 기여했다.

또한 세그웨이의 실패는 기술 자체의 혁신만으로는 시장을 지배할 수 없다는 교훈을 줬다. 제품이 사람들의 실생활 속에서 ‘언제, 어디서, 어떻게 사용되는가’를 면밀히 분석하지 않으면 아무리 앞선 기술이라도 대중화는 요원하다. 세그웨이는 기술 중심 사고의 한계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종종 MBA 교재나 UX 디자인 강의에서도 인용된다.

흥미롭게도, 세그웨이를 개발한 딘 카멘은 여전히 헬스케어, 로봇 분야에서 활동 중이며, 전동 휠체어 및 의료 장비 개발에 기여하고 있다. 그가 세그웨이를 통해 실현하고자 했던 ‘더 나은 인간 이동성’에 대한 비전은 전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새로운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세그웨이는 분명 시대를 앞선 발명품이었다. 하지만 미래의 기술이 반드시 현재의 해답이 되는 것은 아니다. 세그웨이는 혁신이라는 단어의 무게, 그리고 기술과 시장, 사회 인식의 간극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준 살아있는 교훈이다.
우리가 기술의 진보를 논할 때, 그 기술이 ‘인간의 삶에 어떻게 스며들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